미리 본떠 놓은 자신의 조직으로 절단된 손가락을 복원할 수 있을까. 수년간 신장이식을 기다려온 환자가 자기 세포로 재생시킨 신장을 이식받는 날이 올까.
자기 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재생시키는 기술이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팀이 조직재생을 위한 3차원 세포프린팅 기술 연구를 주도해 혁신적인 장기복원을 앞당길지 주목된다.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은 3차원 형틀을 디자인하고 세포를 이 형틀대로 프린팅해 조직 및 장기를 찍어내듯 만드는 혁신적 기술이다.
조 교수는 15일 "세포 프린팅 기술은 마치 잉크를 분사하는 잉크젯 프린터처럼 줄기세포와 성장인자(세포영양분 등)를 3차원 바이오 인공지지체(스캐폴드)와 함께 뿜어냄으로써 3차원의 구조물을 장기와 같은 모양으로 제작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제작된 3차원 구조물은 세포 및 성장인자 그리고 생체적합성 생체재료들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3차원 구조물(통합형 전조직체)"이라며 "살아있는 세포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상호작용을 통해 융합하고 조직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장기나 조직 기능이 상실된 환자들은 현재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하는 장기이식에 의존하고 있다. 어렵게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평생 맞아야 한다. 특히 장기 수급이 원활치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은 실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3차원 인공지지체(스캐폴드)를 이용한 장기 재생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비교적 두께가 얇고 구조와 기능이 단순한 조직·장기를 재생하는 수준이다. 더욱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기재생은 오랫동안 지체되고 있다.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실제 생체 환경과 유사하게 재현된 환경에서 전조직체를 배양해 정상적인 조직·장기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원천기술 선점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 교수는 "3차원 세포 프린팅 기술을 아직 임상에 적용할 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자기 세포를 이용해 조직이나 장기를 재생시키는 목표가 실현된다면 기술 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며 "노년의 삶을 건강하게 하고 노인이나 환자들의 경제활동 복귀도 가능해져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